알파와 오메가 사이, 그 어디쯤
- 최초 등록일
- 2012.10.03
- 최종 저작일
-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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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순수 창작 수필집입니다.
목차
차례
들어가면서 5
1부 가슴 말뚝 - 삶의 현장에서 9
바보축구의 베틀 밟기 10
묻지마 식 살인 16
아름다운 나이의 사람을 위하여 21
업경대 앞에서 28
인생마름질 25
사천사백원의 마중물 29
소나기 속에서 생각함 33
하나님의 돋보기 37
형광등 133
피에르카르뎅 가죽 지갑의 변31
2부 특별한 행복
일만 팔천 원의 특별한 행복 48
천사가 주고 간 책-내가 만난 천사 7
바위섬 소나무 124
어머님의 우산 34
시무나무 94
책 읽어 주는 원숭이 157
망인의 선물 92
세월 꽃다발 203
책이 된 꽃눈 202
햇살에 이슬이 보석되어 78
서평 野史 이현경 글 모음집 4 『회귀의 노정에서』
한성회계학원장 박길자
펴면서
저자약력
본문내용
시어머님 시집오신 때는 당신 나이 열여섯 들던 해였단다. 열세 살짜리 딸아이 하는 행색 보면 앞으로 삼 년 꼬박 정신 못 차리게 훈련 시켜도 시집보낼 만큼은 안 될 상 싶은데 그래도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은 시집이라도 가지 않으면 일본군 강제 위안부로 뽑혀나가기에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단다. 여우를 피했더니 곰을 만난 격이랄까, 끼니마다 군식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코흘리개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는 것은 아예 문제로 치지도 못하겠더란다. 그런데도 시집간 바로 다음 날, 시어머님은 부엌일에서 손을 완전히 떼버리시더란다. 그 일을 두고 어머님은 언제나
“떡! 하니 베만 짜시더라.”
라고 전하신다.
그 말씀은 언제 들어도 열여섯 새 각시의 당혹감과 시어머님에 대한 야속함이 묻어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 감정에 동조되기보다는 할머님이 더 궁금했다.
교육매체 가운데 그림자극이라는 게 있다. 관객의 규모를 고려한 크기의 흰색 천, 한 장과 작은 조명등 하나 외에는 별달리 필요한 소품도 없으면서 언제나 효과는 크게 얻을 수 있는 매체이다. 객석의 모든 등이 완전히 꺼지고 칠흑이 주는 특별한 감각을 전신으로 짜릿하게 느끼는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신비스러운 그림자!
시어머님으로부터 새 각시 시절의 한 맺힌 푸념을 들을 양이면 나는 늘 제목을 모르는 그림자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고 그 장면은 부티를 두르고 베틀 앞에 앉은 할머님의 옆모습이었다.
<중 략>
나는 요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드라마의 남주인공에게 꽂혀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모조리 보고 있다.
영화 속 그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그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그러나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10대 반항기를 그린 영화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꺼 버린다. 걸러지지 않은 날것의 감정으로 쏟아내는 위태로움, 순식간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분노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로 세상과 맞결투를 하는 것 같아서다. 감정의 몰입은 그가 나인 듯하게 만들어 놨다. 그래서 그의 불행을 피하고 싶은 게다.
모든 청춘은 아프고 힘겹다지만 내 청춘은 더욱 그랬다.
이해되지 않는 일방적인 횡포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에 주먹질하며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다. 모든 것에 그렇게 펄펄 끓는 열정으로 벌겋게 반응했던 내 20대는 참으로 힘겨웠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