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87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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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법 체제는 그 동기를 마련한 주체와 이를 구축하는 과정이 유리된 상태에서 진행되어 한계를 들어내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헌법은 “좋은 사회를 향해 질서나 제도, 가치 등을 창조하고 주조하며 디자인 하고 구성 및 재구성을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한 주권국가 안에 존립하면서 국가적 위상을 갖는 모든 형태의 권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규범적 지표”의 역할을 한다. 6월 항쟁 및 노사분규 등의 ‘운동’을 통해 그 동안 권위주의에 의해 정지되어 있던 정치의 기능을 다시금 깨우는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 시민사회였다. 이를 통해 권위주의적인 법을 스스로 부정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헌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것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는 이들이 전혀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정략적인 목표만을 고려한 보수세력들에 의해 시민사회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시민들의 이상적 운동이 “저급한 원시적 민주주의 형태로 인식”되면서 어렵게 부활한 정치영역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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