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무사 이성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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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를 읽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투구를 벗은 이성계의 모습이 닳은 갑옷 위에 붙어 있는 녹슨 철판 미늘 같다. 부스러질 것 같은 흰머리는 상투를 틀어 간신히 붙어 있는 모습이고 등에 덮인 모피는 빳빳하게 곤두서 조금은 여린 듯 굽어진 그의 어깨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듯하다. 말의 고삐를 잡았는지 놓았는지 그의 두 손은 늘어뜨려져 있고 짙은 심연에 빠진 그의 감은 눈은 접혀 보이지 않는 말머리처럼 방향성이 없다. 깃발과 투구에 달린 술이 앞쪽으로 휘날리는 것으로 보아 등 뒤로 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머리 없는 말은 발을 내 젓는다. 무거운 어깨의 노장 전면부가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바람이 이끄는 곳은 전쟁터임을 암시해 준다. 책 몇 장을 넘기다 보면 바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전쟁터이다. 이 전쟁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여유도 없이 호흡이 거칠어진다. 검은 기마병들은 내 머리를 노리듯 조여오고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살이 등 뒤에서 날아와 적의 머리에 박힌다. 검은 기마병의 적들은 금방이라도 우리를 쓸어 넘을 거 같지만, 이성계의 살은 일정한 호흡을 잃지 않는다. 나는 움츠렸던 머리를 빼고 무기를 꼬나 쥔다. 살 소리가 멈추지 않는 한 나는 무기를 놓지 않는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적들의 파도를 향해 무기를 쉼 없이 휘두른다. 그렇게 나는 시골무사 이성계를 따르는 가별치가 되었다. 나의 소속이 무엇인지도 언제부터 함께하였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전쟁 한복판에 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나는 이 소설이 황산대첩에 대한 소설인지 몰랐다. 교과서에서는 한 줄이나 언급됐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책은 400 페이지에 달한다. 그 유명한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나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이 아닌 황산대첩으로 어떻게 소설을 이끌어 갈지 궁금하다. 하지만 소설의 템포는 처음부터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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