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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뱀)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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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등록일
2020.12.22
최종 저작일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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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창작 소설(뱀)"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이제는 몇 번째인지 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많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항상 내 몸을 감싸고 있다. 내 몸의 핏줄 하나하나가 몸 밖으로 튀어나갈 듯 팽배해 있고 머리카락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기분이다. 저승사자를 만나는 기분이 이럴까? 그 어떤 표현으로도 지금의 심정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깨끗하게 닦여서 얼굴이 비칠 정도의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와 가장 깔끔하게 차려 입은 슈트도 긴장된 나를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17번 김진호씨, 들어오세요.”
“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끌고 들어갔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기분이 꼭 이럴까?
“반갑습니다. 면접번호 17번, 김진호입니다.”
“앉으세요.”
그 짧은 순간에 나의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뱀 앞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한 마리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4마리의 뱀이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있지만 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첫 번째 뱀, 나의 모든 것이 단 몇 장의 종이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으니 오직 서류만으로 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두 번째 뱀,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시선을 떼지 않는 세 번째 뱀, 이런 상황이 즐거운 듯 미소가 떠나지 않는 네 번째 뱀까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오직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갈증을 해소 하는 방법은 이 전쟁터에서 나가는 것 밖에 없지만 나는 나갈 수가 없었다. 전쟁터 밖은 지옥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스펙이 화려하지는 않네요?”
두 번째 뱀의 질문이었다. 내가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 오직 서류에만 관심이 있었던게 확실했다. 그 몇 장의 종이로 나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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