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용인한 사회가 낳은 수많은 윤희-노동자, 퀴어, 여성으로 본 <윤희에게>
- 최초 등록일
- 2021.10.14
- 최종 저작일
- 2020.12
- 10페이지/ 한컴오피스
- 가격 5,000원
소개글
<윤희에게>의 원제는 <만월>이었다고 합니다.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어가듯 서서히 원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달처럼, 윤희 당신이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윤희에게>는 흔히 다루지 않는 중년 퀴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시에 사회 곳곳의 여러 약자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서 의의가 큰 작품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약자 ‘윤희’가 존재합니다. 페미니즘 운동과 퀴어 퍼레이드 등을 포함해 각종 인권 운동과 약자 지원사업들이 이어지고 있고, 윤희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윤희의 굴레가 끊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평론을 작성했습니다.
목차
1. 윤희는 누구인가
2. 노동자, 윤희
3. 퀴어, 윤희
4. 여성, 윤희
5. 혐오가 낳은 윤희의 굴레
본문내용
1. 윤희는 누구인가
영화 <윤희에게>는 윤희가 옛 연인 ‘쥰’이 일본에서 보낸 편지를 보고 일상에서 벗어나 윤희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한층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장면 1과 2의, 출근을 위한 봉고차에 타지 않고 기찻길 근처를 걸으며 옆을 지나가는 기차를 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는 윤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에서, 윤희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것이 윤희가 딸 새봄과 함께 ‘쥰’이 사는 오타루로 향할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고민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윤희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당당히 걸어 나오며 미소 짓는 윤희의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 중 략 >
장면 21에서 작별을 고하는 윤희를 향해 오빠는 안경을 벗고 책상을 쾅 치며 “너 또 무슨 바람이 든 거야.”, “이 자식이 정말!”이라고 소리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오빠의 얼굴이 직접 드러나지 않아도 행동과 말투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히려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더 위압감이 조성되고, 가부장제의 기득권층으로 너무 오래 살아 온 탓에 윤희가 굳이 생각을 바꾸게끔 설득할 필요도 없는 ‘벽’과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윤희의 오빠에게로의 작별 인사가 마냥 회피가 아닌 독립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전까지 오빠는 다정하게 윤희의 안부를 묻고, 다른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며 선심을 베푸는 듯했지만, 자신이 정해주는 일자리와 결혼 상대를 묵묵히 받아들이던 수동적 면모를 탈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윤희에 반감을 품고,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윤희가 오빠에게 자신이 떠날 것임을 알리고 당당히 사진관을 벗어나 걸어가는 장면은, 여성은 언제나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제의 틀을 깬 장면이자 윤희가 마지막으로 연락하고 지내던 오빠와의 관계를 끊음으로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가족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에 성공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윤희에게 메이킹북>
김경태(Kim Kyung-Tac). "동시대 한국 퀴어 영화의 정동적 수행과 퀴어 시간성:<벌새>, <아워 바디>, <윤희에게>를 중심으로." 횡단인문학 6.1 (2020): 1-25.
Heather Love, Feeling Backward: Loss and the Politics of Queer History, Harvard University Press, 2009, p. 146.
씨네21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 오타루에서 윤희가 코트를 입은 이유는’
경향신문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가족으로 인한 고통, 가족 통해 치유받지요”‘
한겨레21 레드기획 ‘윤희가 윤희에게-‘나’ 없이 살아낸 당신, 김희애 주연의 영화 <윤희에게> 보내는 편지‘
노컷뉴스 '윤희에게' 영어 제목이 'Moonlit Winter'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