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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도 악마 같은 아이는 태어난다. 조제 바스콘셀루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첫 문장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소설이다. 나는 주인공 조제가 사는 브라질과 한국이 너무나도 다른데 왜 다들 그렇게 안 읽으면 절대 철들지 못할 것처럼 필독서다, 청소년 교양도서다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 하여튼 그렇게 나는 오래전에 이 이야기를 반강제로 읽게 되었고 책의 내용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오랫동안 이 문장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기로 태어났다는 당연한 사실 때문도 물론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한참 지난 뒤에야 깨달았지만 내가 악마 같은 아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천사 같은 아이는 못되더라도 보통 아이 정도만 되었어도 좋았으련만. 이제 서야 고백하자면 나는 악마 같은 아이였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악마 같은 아이. 뭔가 두 배로 나쁜 아이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불공평하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두 배로 벌을 받아야 한다니. 나에겐 나만의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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