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없는 사회에서의 저주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읽고

소개글

희망없는 사회에서의 저주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읽고

목차

1. 어떤 복수이야기
2. 모든 물건에는 사연이 있다- 선물과 저주
3. 희망 없는 사회에서의 저주
4. 복수불가능한 시대, 여전히 쓸쓸한 사람들을 위하여

본문내용

1. 어떤 복수이야기
2022년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저주를 소재로 한 SF소설, 환상문학이다. 저주라는 오컬트적이면서도 신비한 요소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그것에 얽힌 응징과 복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철학적 질문까지 던진다. 가령, 불의를 보고도 저주라는 수단 밖에 가지지 못한 현실, 완성될 수 없는 보복의 쓸쓸함 같은 것 말이다.

< 중 략 >

2. 모든 물건에는 사연이 있다- 선물과 저주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저주와 복수는 처음에는 거침없고 통쾌하다가, 나중에는 어딘가 기괴하고 끔찍하게 흘러간다. 이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왜 하필 저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 시대에 웬 구태의연한 미신이야기란 말인가? 소설은 현대화된 사회와, 전근대적 오컬트의 대비라는 아이러니로 소설을 내내 끌고 가고 있다. 화성으로 가기 위해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시대가 와도, 인간의 원초적이고 즉물적인 본성은 변치 않는다는 뜻일까. 오히려, 어쩌면 시기와 질투, 증오와 원한 등과 같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정념이 그 어떤 이성적 사고나 과학적 논리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9) 할아버지는 평소 나에게 늘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견물생심, 즉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맞닿아 있다. 실로, 인류는 원시적 시대부터 물건을 주고받기, 다시 말해 ‘선물’ 행위를 조심히 행했다. 원시사회에서의 선물 관계, 즉 증여 체계를 탐구한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선물주고받기’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논의를 요약하자면, 아마 이럴 것이다. “선물을 줄 때는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선물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참고 자료

<저주토끼>,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