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자우너 <<H마트에서 울다>> 발췌
- 최초 등록일
- 2022.08.31
- 최종 저작일
- 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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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미셸 자우너 <> 발췌
목차
1. H마트에서 울다
2. 울긴 왜 울어
3. 쌍꺼풀
4. 뉴욕 스타일
5. 와인이 어딨지?
6. 암흑 물질
7. 약
8. 언니
9.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10. 살아가기와 죽어가기
11.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 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12. 법과 질서
13. 묵직한 손
14. 사랑스러운
15.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
16. 잣죽
17. 작은 도끼
18. 망치 여사와 나
19. 김치냉장고
20. 커피 한 잔
본문내용
H마트에서 울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두 팔로 감싸 안을 만큼'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아이들은 고국에서 먹던 갖가지 인스턴트 라면을 사러 이곳에 온다. 큼직한 통에 담긴 깐 마늘은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데, 한국 음식 요리에 마늘이 얼마나 필요한지 제대로 알아주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말이다. H마트는 일반 슈퍼마켓 매대 중 달랑 한 칸을 차지하는 '세계 전통 식품' 코너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이곳에서는 스리라차 소스 병 옆에 고야 통조림을 쌓아두지 않는다. 대신 오만가지 반찬이 있는 냉장식품 코너도 있고, 만두피를 구비해 놓은 냉동식품 코너도 있다. 그 앞에서 나는 엄마의 계란 장조림과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다가, 엄마와 둘이서 식탁에 앉아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소를 넣고 만두를 빚으며 보낸 그 모든 시간을 떠올리면서 만두피 한 덩이를 집어 든다. 그러다가 건조식품 코너에서 훌쩍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9-10)
<중 략>
뉴욕스타일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4년간의 대학공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65)
내가 필라델피아로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소도시에 갇힌 여느 아이들처럼 나 역시 유진에서의 삶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소리 없이 증식해 있던 호르몬 부대를 출동시켜 엄마 없이는 잠도 못 자던 아이를 엄마 손끝이 닿는 것조차 못견뎌하는 10대로 바꿔놓은 터였다.(65-66)
사실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졸업반이었을 때 나는 신경쇠약에 걸려 무단결석을 밥 먹듯이 했고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었으며, 엄마는 이 모든 것이 내가 작심하고 자신을 괴롭힐 심산으로 벌이는 일이라고 확신했다.(67)
참고 자료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