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55매
- 최초 등록일
- 2022.12.20
- 최종 저작일
-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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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잠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서 섰을 때, 나는 아직도 주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영웅을 꿈꾸던 초등학생의 김명수가 거울에 비췄을 때.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에 좁은 골목 사이를 두고 몸을 한껏 움츠렸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들어가도 거뜬했을 넓이였지만, 새삼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음을 실감하며 상체를 비스듬이 틀었다. 벽에 쓸려 묻은 거뭇거뭇한 흙먼지들을 탈탈 털고서 핸드폰 메모에 적어둔 주소를 확인했다. 덕충동 131-1번지. 제대로 찾아온 것을 확인한 뒤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동시에 집들이 선물로 가져온 학용품 세트와 책가방이 담긴 쇼핑백을 내려다 보았다. 방금 골목을 지나오느라 흙먼지가 묻고 모양이 짓눌려서 손으로 탈탈 털었다. 일부러 열어놓은 듯한 반쯤 열린 문고리가 먼저 나를 반겼다. 그곳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앉아 커다란 다라이 안에 손을 넣어 반죽을 하는 짜이웬이 보였다. 우리 둘은 처음 만난 사이처럼, 어쩌면 예상치 못한 만남처럼 주춤대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짜이웬이 밀가루가 묻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명수, 진짜 많이 컸네? 라고 감탄했다. 마치 웃어른이 오랜만에 만난 조카를 보며 하는 말 같았다. 여전히 어눌한 발음과 이국적인 외모의 짜이웬을 보고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손 씻고 와서 앉아, 짜이웬이 다시 반죽하며 말했다. 나는 선물들을 내려놓고 세면대에 가서 손을 씻었다. 웬 만두야, 내가 묻자 짜이웬은 오늘 은주의 생일이라고 얘기했다. 은주는 김치만두를 좋아하고 짜이웬은 고기만두를 좋아해서 속을 따로따로 만들어줘야 했다. 짜이웬이 긴 김치를 들어올려 아래서부터 가위로 잘근잘근 잘라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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