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 - 불안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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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요동칠 때의 나는 무력하다. 동요의 원인은 여러 개다. 호르몬 때문에 극한의 불안을 겪기도 하고, 주변의 상황 때문에, 사람 때문에 때때로 내 존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고독 때문에, 나는 자주 넘어지고 부서진다. 이런 무력함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처세는 책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뛰어가 고전 소설 코너에서 책 사이를 헤맨다. 책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다 보면, 거장들의 이름과 그의 책들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으니 ‘자주 대하거나 겪어 잘 아는 상태가 된다’ 라는 정의가 있는데, 과연 나는 한국 문학계가 사랑하는 김연수 작가의 사소한 일상들, 그가 사모하는 술의 주종들, 살아오면서 느꼈던 비애 등에 대해 꽤나 잘 아는 상태가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따뜻한 문체와 흙과 만물의 소생을 사랑하는 태도 역시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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