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지 않는다, 나는 멈춘다, 고로 존재한다!
『시간의 향기: 머무름의 기술』은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의 저서로, 현대사회의 모든 시간이 노동의 인질이 되었음을 포착한다. 모든 시간은 일의 시간이고, 여가시간도 일의 시간을 준비하는 보조적 의미밖에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늘 시간이 없고 쫓기는지, 왜 시간은 그토록 허망하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지, 주어진 많은 시간은 또 왜 낭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일상적 질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노동’으로만 인식되는 피로사회를 넘어서 ‘사색의 시간’을 탐색한다. 헤겔, 마르크스, 니체, 프루스트, 하이데거 등의 사상과의 비판적 대결을 통하여 근현대 주요 사상가들의 요점을 짚어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다. 저자는 활동적 삶 중심의 가치관을 사색적 삶 중심의 가치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멈춤의 시간, 활동하지 않고 자기 안에 머물며 영속적 진리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때에 비로소 인간은 진정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