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의 네 번째 단편집 혹은 여덟 번째 진심
손홍규의 네 번째 소설집 『그 남자의 가출』. 인간 존재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유쾌하면서도 탄탄한 서사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람'이라는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아홉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날로 가팔라지고 있는 세계의 경사진 현실을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서설과 소설을 둘러싼 현실에 따듯한 온기를 돌게 한다.
노년에 접어든 평범한 사내와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정읍에서 울다》와 표제작 《그 남자의 가출기》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들 작품에서 주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비일상적인 것들이 한순간 드러나면서 생기는 생경함과 비의를 통해 서사를 이끌어나가며, 주인공들을 앙상하게 하고 비루하게 만들면서 인간관계를 지치게 한 시스템의 음험함과 세계의 부조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