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든든한 한 축을 지켜온 손홍규 신작 소설집
사람과 사회, 그 모순과 균열에 대한 탄탄한 서사들
이상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거머쥐고, 한국문단에서 독보적인 색채와 위상을 지키며 듬직한 작품세계를 보여온 소설가 손홍규가 신작 소설집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로 돌아왔다. 문단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시절 작가를 수식했던 풍자와 위트, 혹은 해학의 서사가 이제 한층 성숙하고 농익은 삶의 비애를 담아내면서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중견작가의 반열에 손색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20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의 눈에 비친 우리네 일상과 주변은 여전히 균열과 모순투성이이며, 은근한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된 도가니 같은 곳이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서사의 재료가 되었던 초기의 작품들과 달리 이제 일상에 교묘하게 파고든 차별과 폭력의 세계를 들춰내고 비트는, 날카롭고 섬세한, 그러나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은 작가의 시선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과 미학에 대한 고민을 한층 성숙시킨 결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