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일요일」이 언뜻 자아의 정체성 찾기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 속 ‘나’는 여전히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하다. 언뜻 견고한 시스템의 틈새를 흘깃 엿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한 자아가 그 시스템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매트릭스의 틈새와 균열을 응시하면서도 쉽게 그 너머로의 도주를 감행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피의일요일」이라는 낯선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