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국의 한 포로 수용소에서 기록한 인간 실존 보고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의해 중국 산둥 수용소에 억류된 서양인 포로 2,000여 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랭던 길키는, 수용소에 모인 각계각층의 사람들 속에서 인류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작은 문명'을 발견하고 그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극심한 결핍과 억압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축적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며 문명을 재건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본성의 맨 얼굴과 도덕적 딜레마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깥세상의 관습과 지위와 사회적 명성을 모두 반납한 채, 맨몸으로 무인도와 같은 수용소에 갇힌 사회 지도층, 지식인, 기독교 사역자들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는 이 긴장과 불안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녀온 가치관과 신앙과 윤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도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신봉해온 도덕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을 돌볼 수 있을 것인가?
살아 있는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 안에 있는 도덕적 당위와 본성적 이기심 사이의 괴리와 분열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인간 공동체의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물질적 결핍이나 외부로부터의 폭력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내부의 도덕적 실패로부터 발생함을 충격적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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