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자 깎기
- 최초 등록일
- 2023.08.23
- 최종 저작일
-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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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자 깎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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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그러나 하루를 마감하기에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항상 손이 모자라는 이곳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밥 때가 되면,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어른들이 밥을 준비하는 대신에 쌀이 귀한 이 곳 아이들은 밥과 섞어 먹을 감자를 까야 했다. 그 양은 밥에 넣는 것은 물론 국과 반찬도 해야 했으므로 거의 작은 다라로 하나 가득이었다. 나는 엄청난 감자의 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으나, 양옆에 좌청룡 우백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모들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그 많은 감자의 반을 내가 까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 개울가에 앉아서 감자를 까던 이모들은 반 정도의 양이 남게 되자 마치 벌레에게 물린 듯 몸을 배배 꼬며 짜증들을 내더니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이모들을 목이 터져라 불러 보았으나, 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모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 많은 감자를 혼 자 다 까야 한다는 책임감과 걱정에 한숨을 내쉬며 눈을 깜짝였고, 의지와 상관없는 눈물은 찔끔거리며 비집고 흘러 내렸다.
정말 이곳 생활은 처음부터 나에게 너무나 서럽고 힘들었다. 나는 자신들만 살겠다고 어린 나를 마치 맹수 우리와도 같은 사지에 몰아넣은 부모님이 한없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나는 어쩌다 장남도 아니고, 외동딸도 아닌 천하에 쓸데없는 둘째로 태어나서 조카를 잡아먹지 못해 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맹수와도 같은 외삼촌과 철딱서니 없는 이모들이 있는 외가에 아무 미련 없이 버려져 이런 시련을 겪는 것인지... 부모들의 뒤치다꺼리와 동생을 돌보는 유모로 살다가 이제는 내가 필요 없는지 이 강원도 산골짜기로 유배시켜, 겪지 않아도 될 외삼촌의 학대와 구박 그리고 이모들의 괴롭힘까지 받게 한 부모님들이 한없이 야속했다.
그래도 이렇게 푸념만 하고 울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어린 마음에도 어색한 손놀림이나마 바쁘게 한참을 감자와 씨름하여 결국 어둑어둑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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