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황석영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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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변동과 역사인식` 강의 서평 A+ 자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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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손님’의 이러한 접근은 한계를 보여준다. 다른 조건에서 다른 배경으로 형성된 북한현실을 그네들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하나가 된다 치더라도 그것은 마치 물과 기름을 한곳에 부어넣은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무리 속죄 차원의 방문이라고 하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무구한 남북한 시민들에게 사실규명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남한의 작가가 북한에 체류하는 드문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서 현 시대상황에서는 남한의 문학이 북한에 대해 묘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요섭이 취한 행동양식이 그 자체로서 최선의 태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자유로운 상호 취재와 보도, 폭넓은 상호 방문이 막혀 있어 바로 이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상황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손님’은 극적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지점들에서조차도 인물들의 내면심리보다는 몇 가지의 핵심적인 외면적 행위들에 대한 묘사로 대신한다. 이는 요섭과 단열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요섭은 감정을 자제하지만 사건이 마무리되던 시기에 태어난 단열은 격하게 흐느끼는 데에서 잘 드러난다. 단열은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발생한 과거세대의 악행을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고 마음껏 원망할 수 있다. 그러나 요섭이나 그 외의 가족들은 직접적인 죄악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학살자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이 죄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느껴왔을 것이다. “저나 삼촌은 가해자가 아니잖습니까?”라는 요섭의 질문에 대한 “가해자 아닌 것덜이 어딨어!”라는 외삼촌의 대답은 학살의 근원을 몇몇 개인들의 잘못으로 치부함으로써 그런 잔인함을 가능케 했던 동시대인들의 공동책임을 외면하려는 행위를 경계하고 있다. 자신을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삼촌과 마찬가지로 요섭 역시 실은 과거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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